경만 쌤의 책 읽기/세계 문학 읽기

행위하는 인간 《파우스트》

경만쌤 2025. 1. 19. 23:31

파우스트는 행위하는 인간이었다. 그의 고민은 짧고 행동은 과감했다. 괴테의 상상력이 시공을 넘나들면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한다.

유명한 말이다. 그리고 매우 인상적인 말이기도 한다. 하나님의 이 말씀은 파우스트 구원에 힘을 실어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 지향은 옳다. 지향은 방황을 일으킨다. 그런데 과연 옳은 지향만 있는가. 방황을 계속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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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1권을 보면 지향하는 인간 파우스트가 악마와 결탁하고 저지르는 일들이 어마어마하다. 파우스트의 멈추지 않는 욕망이, 거침없는 실천력이 그레트헨의 비극을 만들었다. 그레트헨은 순수하고 헌신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그려진다.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지고 가족을 잃고 자기 아이를 떠나보내고 사형당하고 마는 존재. 그녀는 악마도 알아볼 정도로 영적으로도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천상에서 파우스트를 위해 기도한다.

《파우스트》2권에서는 욕망의 허무함이 낱낱이 파헤쳐진다. 아름다운 헬레나의 환영을 현시시키고 그 환영에 빠져 헬레나와 아이를 낳고 산다. 그런데 그 아이는 자유를 찾아 날아오르다 죽음을 맞이하고 헬레나도 아들을 따라간다. 파우스트는 결국 이별을 한 것이다.

2권의 파우스트는 1권의 파우스트보다 훨씬 주체적이다. 헬레나를 현시시키는 것도 파우스트의 의지였다. 파우스트가 메피에게 명령을 한다. 악마의 세계를 꿰뚫고 악마를 능숙하게 다룬다.

파우스트는 헬레나와의 이별과 전쟁에서의 승리 등을 통해 개인적 쾌락이 아닌 인류에 대한 사랑에 관심을 갖는다. 국민이 맘껏 누릴 땅을 만들고자 하며 간척사업을 시작한다.

이야기 흐름으로 보면 너무나 뜬금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파우스트 성격을 봤을 때 단순히 대의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도취. 나니까 할 수 있다는 걸로 스스로 위로받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자기가 간척사업으로 진행 중인 곳이 잘 보인다는 이유로 생판 모르는 노부부의 집을 뺏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파우스트는 자기의 업적에 도취된다.

멈추어라, 이 순간 정말 아름답구나.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의 말을 꺼내고 만다. 근심으로 눈이 멀고 심안이 열린 상태에서 간척지의 미래를 본 것이다.

자살행윈가 생각했다. 어쩌면 파우스트는 자기 죗값을 알아서 지옥행까지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 대사가 무의식 중에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래도 파우스트는 구원받았음이 암시되면서 작품이 끝이 난다. 이 구원은 지극히 기독교적이라 볼 수 있다. 행위하는 자를 높이 산 것이다.



파우스트는 구원받기에 마땅하지 않다. 신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신과 관계가 끊긴 악마와 결탁하여 옳지 않은 일들을 강행했다. 마치 악마 때문인 것처럼 굴며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무조건 행위가 옳은 것만은 아니다. 지향에도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시선도 '나'를 넘어 '세계'를 보아야 한다. 파우스트의 행위는 마지막 간척사업 외에는 너무나 지극히 자신에게 머무른 것이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비극까지 불러온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가.
올바른 성실, 열심은 무엇인가.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