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는 제목부터 마음을 붙잡는다. ‘서랍’과 ‘저녁’이라는 낱말이 만나면서, 일상 속에 감춰둔 어떤 아득한 감정, 시간이 쌓여가는 슬픔과 그리움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시집 속 시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파동을 남긴다. 화려한 수사나 거창한 외침 대신,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붙잡아 섬세하게 빛을 비춘다. 마치 저녁 무렵 창가에 앉아, 어둠이 스며드는 풍경을 바라보듯 담담하면서도 묵직하다.
특히 한강 특유의 ‘정적의 언어’가 돋보인다. 큰 울림을 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오히려 낮추며, 독자가 스스로 여백을 메우게 만든다.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각자의 기억과 상처를 떠올리게 되고, 시는 더 이상 텍스트가 아닌 ‘내 삶의 한 장면’이 된다.
이 시집을 읽고 나면, ‘저녁’이라는 시간이 단순한 하루의 끝이 아니라, 우리가 감춰둔 감정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랍 속에 넣어둔 저녁은 결국 우리 마음속 깊은 서랍에 잠든 이야기들, 아직 꺼내지 못한 말들과 다르지 않다.
한강의 시는 독자를 위로하거나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곁에 앉아 함께 침묵해주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 오래, 더 진하게 남는다.
작품 감상


한강의 언어는 매우 고요하다. 그런데 그 고요함이 힘이 세다. 내면을 저렇게 솔직하게, 담담하게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시인이 또 있을까. 나는 한강밖에 모른다.
눈물은 검은 물소리를 내고 깊은 물소리를 낸다. 나도 요즘 아직 울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다행이다. 나도 요즘 크게 두렵지 않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내 몸이 텅 빈 항아리가 되어 눈물을 받아들이면 몸은 한업이 무거워지고 그렇게 저녁이 되어 서랍에 들어간다.
한강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ㅡ
처음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을 때 마음이 먹먹했다. 사람이 이렇게 서정적일 수 있나. 처음 한강의 목소리를 들었을 땐 소름이 돋았다. 작품과 목소리의 색이, 톤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나.
한강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작가였고 시인이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습작을 한다 해도 나는 결코 한강같은 작가가 될 수 없으리라.
한강은 쓰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그녀의 타고난 감성이 나의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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